언론보도

ABOUT > 언론보도

언론 보도

[주간 조선]동네마다 이런 어린이 미술관이 있다면… 서울 성동구 헬로우뮤지움(HELLO MUSEUM)

작성자
헬로우뮤지움
작성일
2023-07-06 15:57
조회
447
헬로우뮤지움에 대해 들은 바는 많았다. 2007년 개관해 벌써 17년 차를 맞은 관록의 어린이 미술관이다. 우리나라 최초 어린이 미술관, 유일한 어린이 현대 미술관, 에코 미술관, 놀이터 같은 미술관 등등 앞에 따라붙는 제목도 수식도 많다. 그럼에도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헬로우뮤지움이 입주한 건물 입구에 붙은 ‘우주 최강 놀이대회’라는 어린이날 행사 포스터를 보고 솔직히 놀랐다. ‘조용히 해라, 뛰지 마라’까지는 아니겠지만 ‘우주 최강 놀이대회’라니! 호기심을 안고 헬로우뮤지움에 들어갔다.

“네, 그림대회 아니고 놀이대회 맞습니다(웃음). 어린이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거라고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말씀하셨죠. 그래서 저희도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재미있는 놀이 프로그램으로 준비해봤습니다.”

헬로우뮤지움 김이삭 관장은 어린이날 행사로 북적이는 미술관을 소개하며 아이들만큼이나 신이 나 있었다. 미술관 안은 평론가이자 미술계 원로 윤진섭 작가의 퍼포먼스가 진행 중이었다. 삼삼오오 아이들은 바닥에 그림을 그리거나 자신들의 고민을 적은 종이로 돌멩이를 감싸는 등 분주해 보였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있었고, 큰 도화지 위에 누워서 빈둥대는 아이들도 보였다. 그래도 누구 하나 아이들을 제지하거나 재촉하지 않았다. 백발이 성성한 작가는 엄마 아빠 얼굴이 그려진 종이 위에 엑스(X) 자를 그으며 ‘엄마 아빠 말 너무 잘 듣지 마세요’라는 메시지가 담긴 퍼포먼스를 유유자적 이어갔다.

국내 최초 어린이 미술관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헬로우뮤지움은 우리나라 1세대 미술관 교육 전문가 김이삭 관장이 세운 국내 최초 비영리 사립 어린이 미술관이다. 김 관장은 박물관 교육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부터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국립·시립 어린이 미술관의 틀을 잡아온 인물이다. 국립전주박물관에 국내 처음으로 체험학습실을 만든 것도, 예술의전당 히트상품인 ‘미술과 놀이’를 기획한 것도 모두 김 관장이다.

“당시 동물들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미술관 사파리’라는 전시를 기획했는데요. 전국 순회를 할 정도로 히트를 치면서 많은 아류 전시들이 양산됐어요. 그런데 이게 미꾸라지 잡기나 토끼 잡기 등 동물학대로까지 변질되면서 제가 굉장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김 관장은 미술관 교육의 강한 파급력과 책임감을 통감한 후 2007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헬로우뮤지움을 개관했다. 이후 성동구 금호동을 거쳐 현재 성수동으로 이전했다. 17년 동안 딱딱하고 정형화된 미술관에서 탈피해 아이들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예술놀이터를 자처하며 어린이 미술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저희는 관장님부터 인턴까지 아이들과 친근하게 소통하기 위해 자연물을 대상으로 가명을 사용합니다. 한 아이가 작년에 미술관에서 만났던 ‘호랑이 선생님’에게 편지를 써서 올해 다시 왔더라고요. 아, 그 호랑이 선생님은 저였습니다(웃음).”

헬로우뮤지움 큐레이터 강지현 씨의 말이다. 강 씨는 아이들에게 예술적 경험을 통해 기억을 심어주는 것이 다른 미술관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헬로우뮤지움의 주인은 아이들이다. 관람객이라고 결코 수동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


그림이 전부가 아니다

개관 당시부터 지금까지 헬로우뮤지움은 전체가 마룻바닥이다.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들어와 뒹굴고 떠들며 놀 수 있다. 크레파스로 미술관 유리창이며 벽에 낙서를 해도 괜찮다. 오히려 벽에 낙서가 차면 칠을 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준다. 기존 미술관과 달라도 너무 다른 미술관, 그래서 초창기에는 미술학원으로 오해도 많이 샀다.

“금호동 시절 미술관 팸플릿에 ‘미술학원이 아니다’, ‘도서관이 아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넣어야 할 정도였어요. ‘미술관이 뭐예요?’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김 관장의 말에 새삼 어린이 미술관이 무엇이냐고 질문하고 싶어졌다. 왜 우리에게 어린이 미술관이 필요한지, 또 그 역할이 궁금했다. 김 관장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 어떤 경험을 줘야 할지 고민하는 어른들의 답을 전하는 곳이 바로 어린이 미술관이라고 답했다.

“미술관 초창기 때 우리 사회는 주거 형태에 따라 친구가 나뉘었어요. 민간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아파트 단지와 다세대주택 사이에서 등하굣길이나 놀이터 이용 문제로 시끄럽곤 했죠. 미술관 체험학습에 참여한 한 어린이가 친구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래미안’(아파트 브랜드)이라고 적어놓았던 답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그때 우리 미술관은 공동 작업을 참 많이 했어요. 미술을 통해 친구에 대한 인식을 넓혀준 거죠.”

알록달록 색깔들이 넘쳐나는 아이들의 공간이지만 그 안에 흐르는 교육적 가치는 묵직했다. 헬로우뮤지움은 예술을 통한 관계 맺기를 시작으로 높은 교육열에 등한시되는 놀이의 중요성, 코로나19 기간 동안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진 일명 ‘코로나 키즈’들을 위한 물성 중심의 촉감 자극 활동 등 시대의 질문에 대한 답에 집중해왔다. 그러고 보니 ‘우주 최강 놀이대회’ 프로그램 구성이 다시 보였다. 가족오락관, 미술관 피크닉, 윤진섭 작가 퍼포먼스가 5월 5일 어린이날부터 7일까지 3일간 진행됐는데 전부 미술관과는 이질적인 단어들이다.

“가족오락관은 말 그대로 미술관 운동회였어요. 총 5개 부스에서 아이들이 도장 깨듯 미션을 완수하고 캐리커처를 받아갔죠. 미술관 피크닉 역시 미술관 안에서 즐기는 피크닉이었고요. 미리 준비해둔 곳에서 아이는 부모님과 먹을 디저트를 만들고, 엄마 아빠는 아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큐레이터 강씨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친구들과 놀지 못했던 아이들을 위해 놀이를 강조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첫날 가족오락관에서는 아이는 물론 부모까지 온 가족이 흠뻑 땀을 흘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어린이 미술관, 동네마다 필요해!

헬로우뮤지움은 시기마다 아이들이 처한 다양한 문제를 예술을 통해 아름답고 즐겁게 해결해나가는 곳이다. 김 관장은 “어린이 미술관은 질서 지키기와 자제를 먼저 배우는 아이들이 자신의 본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안전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런 기능을 건강하게 수행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예술기관이라고 덧붙였다.

“며칠 전 동네 아이들이 와서 이상한 춤을 추고 놀더라고요. 뭘 하나 봤더니 ‘고통스러운 요가 클래스’래요. 자기들끼리 만들어서 막 다리 찢고 팔씨름도 하며 뛰어놀아요. 우리 미술관 프로그램으로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날 정도였어요(웃음).”

김 관장은 가까운 거리에 아이들이 ‘고통스러운 요가 클래스’ 같은 것을 하며 놀 수 있는 곳이 너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가 처음 동네 미술관을 표방하며 헬로우뮤지움을 시작했을 때 목표는 동네마다 어린이 미술관이 하나씩 생기는 거였다. 헬로우뮤지움 1호, 2호, 3호를 기대했다. 그러나 비영리 사립 미술관의 현실은 1호점 하나를 지키기도 버거웠다.

“낡은 병원건물을 개·보수해 들어갔던 금호동 미술관이 주목받으면서 주변으로 카페 등이 생기고 이른바 금리단길(금호동+경리단길)이 형성됐어요. 그리고 임대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치솟았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임대료 인상 등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의 제공자이자 동시에 피해자가 됐습니다.”

그때 주민들이 나섰다. 헬로우뮤지움의 가치를 알고 맘카페를 중심으로 ‘미술관이 우리 동네를 떠나지 않게 해달라’는 민원을 넣은 것이다. 성동구청이 결단을 내려 지금의 성동안심상가로 이전할 수 있게 했다. 사립 미술관이 지방자치단체 건물에 입주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관장은 “그동안 실적과 수많은 수상 등으로 성과를 입증했지만 주민들이 미술관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일만큼 기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매일 운영비를 걱정하면서도 김 관장이 여전히 미술관을 지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헬로우뮤지움의 다음 스텝은 배리어프리(barrier-free)다. 포용성과 다양성을 보다 확대해 장애 예술인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아이들과도 자연스럽게 만나려고 한다.‘이런 어린이 미술관이 동네마다 있다면’. 취재가 끝나고 김 관장의 오랜 소망을 함께 꿈꾸게 됐다.

교육 프로그램(프로그램별 비용 상이) 참여는 네이버 사전 예약을 통해, 일반 관람(5000원, 성인 및 어린이 동일)은 네이버 예약 및 현장 발권을 통해 가능하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www.hellomuseum.com)에서 확인하면 된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6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