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쓰기는 사고력·문장력·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에도 교육적 효과를 톡톡히 보는 사례를 주변에서 찾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일기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즐기는 학생이 드물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선입견은 특별한 일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신밝음 전시코디네이터는 “대부분의 아이가 놀이동산에 다녀온 일기, 할머니 댁에 다녀온 일기 같이 특정한 사건을 담은 일기처럼 특별한 일을 써야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여긴다. 주제가 한정되면 아이들은 일기 쓰기를 더욱 어렵고 막막해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선입견은 ‘일기는 기분 좋은 일, 칭찬받을 일만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선생님과 부모님이 볼 것을 걱정해 재미있고 칭찬받을 수 있는 일만을 기록하고 나서 맨 마지막 줄은 ‘참 재미있었다’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선입견에서 나온다. 그러나 일기는 결코 즐거운 일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슬픈 일과 힘든 일 등 부정적인 일상까지도 포함된다. 신 코디네이터는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고 몸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그림으로 그려보는 건강일기, 오늘 먹은 음식을 그려보는 음식일기, 가장 화가 났을 때와 가장 즐거웠을 때를 선으로 표현해보는 감정일기 등 다양한 형태의 일기 쓰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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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그리는 일기, 도전해보자
이번 전시회는 일기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며 누구나 쉽게 작성할 수 있는 것임을 말해준다. 또한 일기란 반드시 글로 작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일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림으로 일기를 쓰는 것이 자유로워지면 이후 글로 쓰는 일기도 어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 서울 구의초등학교 3학년 김지연양은 “빈 일기공책을 보면 어떻게 글로 채워야 할지 막막했는데, 그림으로 표현해도 되니깐 좀 더 편해졌다.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활용해 일기를 쓴다는 점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목초 1학년 김민주양은 “항상 앉는 의자, 배고파서 먹는 음식도 일기로 쓸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글로 쓰는 일기보다 그림일기가 훨씬 쉽다”며 웃었다.
일기 쓰기 과제 때문에 항상 딸과 싸웠다는 학부모 이주아(40·서울 강남구 신사동)씨는 “특별한 활동을 안 한 날에는 아이가 일기를 쓰기 싫다고 떼를 썼는데, 전시회에 참가한 이후부터는 그런 핑계를 더는 대지 않는다”며 대견해했다. 학부모 나윤심(34·서울 중랑구 면목동)씨는 “글로 일기를 쓰라고 하면 아이들이 부담을 느꼈는데, 이제는 그림을 그리며 일기 쓰기를 재미있어한다”고 말했다.
헬로우뮤지움 김이삭 관장은 “정형화된 일기 쓰기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더 일기를 싫어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글보다 상대적으로 표현이 쉬운 그림을 활용하면 좀 더 재밌는 일기를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림일기 쓰기' 사전 활동 5
①오늘의 날짜와 날씨를 적어보세요. 일기에 날짜와 날씨를 적으면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서 그 일기를 봐도 그날을 일을 잘 떠올릴 수 있어요.
②하루의 일을 담아 보아요. 일기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들기 전까지 오늘 있었던 하루의 일을 담는 거예요.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더라도 어제와 오늘의 일상은 전혀 달라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전혀 다르니까요.
③오늘의 기분을 적어보아요. 오늘 있었던 일과 함께 오늘의 느낌을 넣어 일기를 쓰면 일기가 더욱 재미있어져요.
④오늘 새로 관찰한 것을 써봐요. 오늘 처음 본 곤충, 새로 산 이불의 느낌, 친구의 샴푸냄새 등등. 오늘 처음 알게 돼 유심히 관찰한 것들을 그려보아요. 눈으로 본 것, 귀로 들은 것, 손으로 느껴진 것, 코로 맡은 것, 입으로 맛본 것에 대해 기록해 봅시다.
⑤일기로 오늘을 발견해봐요. 일기 쓰는 시간은 엄숙한 ‘반성’의 시간이 아니에요. 하루의 보석 같은 시간을 즐겁게 발견하는 시간임을 명심하고 즐겨보아요. 연필과 지우개도 좋고 색연필도 좋아요. 오늘의 기분을 자유롭게 가느다란 선, 다양한 형태의 면으로 나타내거나 알록달록한 색으로 오늘의 사건을 표현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