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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뮤지움] 한국의 사립미술관 관장들 (25) 김이삭 헬로우뮤지움 어린이미술관 관장

작성자
헬로뮤지움
작성일
2008-07-11 17:03
조회
3819

한국의 사립미술관 관장들 (25)
김이삭 헬로우뮤지움 어린이미술관 관장
 
 
 

헬로우뮤지움은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전문미술관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과 교육으로 특화된 어린이만의 문화교육체험공간으로 가꿔나가겠다는 것이 김이삭 관장의 포부다. ⓒ윤동희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작은 공간”
 
 다섯 살 먹은 딸아이 때문일까. 요즘은 ‘어린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동공이 커지고, 귀가 열리곤 한다. 강남구 역삼동에 자리한 ‘헬로우뮤지움’의 김이삭 관장(34)을 만나기로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방학용 전시만 판을 치는 이 땅에 어린이를 위한 체험식 미술관이 생겼다는 데 관심이 동하지 않을 리 없었다.


 “마음을 열어요. 예술과 만나요.”
헬로우뮤지엄을 소개하고 있는 팸플릿의 시작을 알리는 구호다. 어린 시절 미술과 인연을 맺게 해준 부모님을 생각하는 김 관장의 마음이 담겨 있는 말인 듯하다. 광고를 만들었던 아버지와 그림을 그렸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세계 각 국의 미술관을 다녔던 김 관장에게 미술관은 어렵지만, 동물원처럼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작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고, 가족과의 소중한 기억을 만들었던 곳. 김 관장에게 미술관은 바로 이러한 곳이었다. 그 추억들이 지금의 헬로우뮤지움을 만들게 되었노라고 김 관장은 미술관을 소개하는 팸플릿 한쪽에 조심스레 고백하고 있다.


 “‘어린이’를 먼저 생각하는 미술관을 만들고 싶어요.”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라는 걸 어른들은 알리라. 김 관장 역시 이를 알고 있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자 한다. 우선 “만지지 마시오.”라는 미술관의 불문율을 헬로우뮤지움에서는 추방시켰다. 이러한 생각은 Eyes-on(눈으로 만져요, 관찰), Think-on(생각을 만들어요, 해석), Hands-on(손으로 느껴요, 감상), 그리고 Minds-on(마음이 자라요, 이해)라는 용어로 정리되어 있다.



헬로우뮤지움 전시장 내부


  헬로우뮤지움이 인상적인 것은 미술관의 모든 것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는 것. 미술관을 찾자마자 찾은 화장실은 기자를 적잖이 당황하게 했다. 마케팅 디렉터 박진모 씨에게 “혹시 어른 화장실은 없나요?”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헬로우 스페이스(Hello Space)'라고 부르는 헬로우뮤지움의 모든 공간은 작은 공간을 좋아하는 어린이에 철저히 맞춰져 있다. 김 관장이 애용하는 일정표 역시 아이들 취향으로 벽에 그려져 있다. 529㎡(160평) 규모의 전시공간은 어린이 전문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전시실(지하), 수장고 및 부대시설(지상 2층)로 아기자기하게 채워져 있다. 이곳에서 지난 1월에 막을 내린 개관전 <헬로우 월드>전은 이웅배, 이중근, 황혜선, 최승준 등 작가들의 회화와 영상이 아이들의 체험 참여 형식으로 꾸며져 성공리에 진행되었다.


 김 관장은 헬로우뮤지움이 표방하는 어린이 미술관이라는 용어가 그냥 허투루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현대미술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전시하고 감상하는 법을 가르치는 공간, 단순히 방학을 맞아 어른 전용 미술관에서 줄을 서서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게 아닌,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삼성어린이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박물관’이예요. 헬로우뮤지움이 국내 최초 어린이 미술관인 셈이죠. 기쁘냐고요? 그렇지만도 않아요. 이미 400여 곳에 이르는 어린이 미술관을 갖고 있는 해외를 돌아보면 갈 길이 아직 멀거든요. 어린이 관객에게 선별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전문가도 양성해야 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야 하는 등 숙제가 많습니다.”



체험학습에 앞서 설명을 듣고 있는 어린이들



 
아이들에게 체험을 허하라!


 김 관장의 말처럼 헬로우뮤지움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체험’이다. 자연, 과학, 역사 등을 주제로 과제물을 제출해야 하는 이유로 ‘보는’ 전시에 익숙한 우리 어린이들에게 현대미술을 체험케 해야 한다는 김 관장의 소신이 담겨 있다. 이를 위해 헬로우뮤지움은 동양화를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아동 미술 교육을 전공한 뒤 호암갤러리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수년간 실전을 체험한 김 관장과 전문 에듀케이터들이 투입되어 창조적인 체험 감상 및 학습을 이끌고 있다. 김 관장이 미국 체류 시절 인턴으로 근무했던 스미소니언박물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우리보다 한 발 앞선 최신 체험 교육 기법을 적용하는 것도 이곳의 자랑이다.


 작가의 전시와 함께 작가가 개발한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아트랩 역시 빼놓을 수 없다. 3세 전에 경험한 내용이 그 아이의 평생에 걸친 정서 함양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이를 위해 생후 24개월부터 9세까지 연령별로 맞춰 미술, 연극, 신체활동, 음악 등을 통합적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아트랩의 사례에서 보듯이, 헬로우뮤지움은 그 동안 전시에 치우친 국내에서 미술관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노력하고 있다.


 “스미소니언이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문이 바로 미술관 교육입니다. 그들은 이미 에듀케이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이죠. 교육이 들어가지 않으면 미술관 운영에 필요한 펀드를 조달하는 데 힘들 정도예요.” 김 관장의 지적은 단순히 미술관 교육을 전시의 부속물로만 여겨온 국내 대다수 미술관들에게 적잖은 울림을 준다. 실제로 2001년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김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맛보았다고 말한다.
 “배운 것도 많았지만, 다소 당황스러웠어요. 그때만 해도 박물관ㆍ미술관 교육은 학예직이 아닌 행정직이 담당했었거든요. 따라서 그만큼 정형화되어 있었고, 아카데미즘에 빠져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어요. 미술관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한 거죠. 당시 제가 학예직으로는 처음 뽑힌 에듀케이터였을 정도니까요. 이후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처음 생겨난 사회교육관에서 체험 학습실을 특화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지요. 여러 가지로 힘들었지만 그때의 배움이 지금의 헬로우뮤지움 체험 학습의 뿌리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김 관장이 지향하는 체험적 전시가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어린이 전시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헬로우뮤지움이 가입한 세계어린이박물관협회와 연계해 자료를 주고받고 있지만 김 관장의 양에 차지 않는 눈치다. 작가 수급에도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가 스터디에 많은 공을 들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외부 기획자를 참여시키는 등 전시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 김 관장의 설명이다. 분명한 건 어린이 미술관의 장래는 상당히 밝다는 것.


 “2010년까지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중국, 인도, 두바이, 대만 등에서 어린이 박물관 및 미술관이 지속적으로 생겨난다고 합니다. 이들보다 앞선 미국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개조하는 시기이고요.”
관람객의 반응도 예상보다 괜찮아 보인다. 개관한 지 약 3개월에 불과하지만 1월에 막을 내린 첫 전시에 1,500명의 관람객이 들어왔다. 대부분의 관람객이 체험 전시(15명으로 이루어진 관람객이 4명의 에듀케이터의 안내와 작품 감상용 교구를 가지고 관람하는 전시) 참가자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저마다의 솜씨를 뽐내고 있다.


 
 “적은 수로 제한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제대로 된 전시를 체험하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어린이와 부모라는 특수한 집단을 대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현대적 감성을 알려주고 싶어요. 어린이 전시 하면 모두들 공작물이나 알록달록한 것만 생각하잖아요. 이건 편견에 불과해요. 어린이들도 광고판, 빌딩 등 시각문화를 알고 있답니다.”
헬로우뮤지움은 2월부터 4월까지 <어린이 묵지빠>전을 열고 있다. 홍지윤, 이정열, 임태규, 서은혜 등 한국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이 놀다 갈 수 있는 전시라고 한다.


 김 관장은 어린이들을 데리고 전시장을 찾는 부모님들에게 꼭 하고픈 말이 있단다. 헬로우뮤지움을 처음 찾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전시장을 ‘작다’라고 생각한다는 것.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다 보면 한 작품 당 20분에 걸쳐 감상해야 하는데 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40분이 지나면 아이들의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단지 전시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을 직접 만들고, 에듀케이터들과 대화를 나누게 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죠.”



헬로우 뮤지움을 이끌어나가는 모든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사무실 ⓒ윤동희


 


 당분간은 미술계에서 헬로우뮤지움을 주시하는 시간이 될 듯하다. 김 관장 역시 이를 알고 있다. 예술 관련 책보다 리더십과 경영 관련 책에 눈길이 먼저 가는 이유 역시 관장으로서의 삶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관장으로서 미술관을 경영하다 보니 ‘마케팅’에도 눈을 뜨게 되더라고 말한다. 기업의 기부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실질적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김 관장은 기회가 된다면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교육에 헬로우뮤지엄의 모든 식구를 참여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현장과 동떨어진 학예사 연수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마케팅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체험이 담겨 있는 말인 셈이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21세기 미술관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그 동안 소장품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려주었다면, 이제는 그 가치를 대중에게 찾아야 한다고 말이죠. 어린이 미술관도 달라져야겠죠. 공장에서 찍어내듯 똑같은 전시가 아닌, 새로운 비전을 실험하는 미술관, 헬로우뮤지움이 걸어가야 할 길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글ㆍ사진=윤동희 객원기자(북노마드 대표)
전시장 사진=헬로우뮤지움 제공
(02)3217-4222



 
Modified at : 2008/04/10 09:42:36 Posted at : 2008/03/31 13: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