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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코로나 공포' 덮친 문화계...공연,전시,영화 등 '올스톱'

작성자
헬로우뮤지움
작성일
2020-07-27 10:32
조회
1086
해마다 남해를 배경으로 봄소식을 알리던 통영국제음악제. 올해도 3월 27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열흘간 통영 앞바다를 음악으로 가득 채우려던 계획이 위기에 부닥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쓰나미’ 때문이다. 주최 측인 통영국제음악재단은 상황을 주시하며 다음 주 중 속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루이틀의 단기 공연이 대부분인 클래식계는 코로나19 파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1960년 4·19혁명으로 취소된 후 60년 만에 성사된 방한’으로 큰 기대를 받은 보스턴심포니 공연 취소를 시작으로 다음 달 11일 홍콩필하모닉, 17일 루체른스트링페스티벌 내한 공연이 모두 무산됐다. 국내 연주단체도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코리아심포니, 경기 필하모닉 등이 이달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연극·뮤지컬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몇 달씩 서울 공연에서 티켓 매진 사례를 이어온 인기 뮤지컬 ‘아이다’는 3월 20일 개막하려던 부산 공연을 아예 취소했다. 신구·손숙 두 원로배우가 열연 중인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코로나19가 덮치는 바람에 걱정이 많다. 지금 공연장은 거의 초토화된 상태(손숙)”라며 관객 응원을 호소했으나 오는 29일로 폐막일이 한 달이나 앞당겨졌다. 우리나라 공연 문화의 중심인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3월 1일까지 예정된 기획 및 대관 행사 중 현재까지 음악당 공연 13건, 오페라하우스 공연 1건, 전시 2건이 취소된 상태다.

국공립 예술단체 공연도 모두 중단됐다. 국립중앙극장 국립국악원 정동극장 명동예술극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과 국립극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합창단 서울예술단 등이 3월 초까지 모든 공연을 거두어들였다. 3월 9일 이후에나 공연 재개 여부가 검토될 예정이다.

공연계는 코로나19발 ‘공연 빙하기’가 한 달 가까이 지속함에 따라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보다 더한 침체기가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연극·뮤지컬·클래식·오페라·무용·국악 공연 매출액은 184억249만원으로 전월 동기(322억4228만원)에 견줘 42.9%나 줄었다. 전통적으로 2월이 공연 비수기임을 고려하더라도 이 같은 낙폭은 이례적이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 하반기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사회적 대논쟁이 벌어지면서 공연 관람이 크게 줄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상태였는데 올 초 다시 이런 사태가 벌어져 전체 업계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대학로 연극소극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연계 긴급생활자금 30억원 융자를 비롯해 지원대책 13개를 발표한 상태다. 예술경영지원센터를 코로나19 피해상황을 집계하는 창구로 단일화하는 등 이전보다 신속히 움직이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은 “이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게 공연계 바람이다.

전방위로 몰아치는 코로나19 후폭풍은 조선왕조 때부터 이어져 온 의례가 중단되는 등 전례 없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조선왕릉 제향 봉행을 연기하고, 경복궁의 수문장 교대의식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선왕릉 제향은 전주이씨대동종약원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전국에 있는 후손들이 적게는 100여 명, 많게는 500∼600여 명이 모인다. 우선 다음 달에 예정되어 있는 동구릉의 ‘혜릉’과 경릉, 목릉, 서삼릉의 희릉 및 광해군묘의 제향 봉행을 연기하기로 했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제향에는 전국 각지의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결정을 내렸다. 제향만 취소될 뿐 일반 관람은 가능하다”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오래가면 4월 제향도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실시 중인 수문장 교대의식과 파수의식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잠정 중단하며, 수문장들은 경복궁 근정전, 경회루 등에 배치되어 현장근무로 대체할 예정이다.

전국 박물관·미술관도 일제히 휴관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경기도미술관·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 등은 지난 24∼25일부터 문을 걸어잠갔다. 갤러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제갤러리는 지난 21일 서울·부산점 2주 휴관을 결정했고, 현대화랑·PKM갤러리·학고재 등도 25일부터 잠정 휴관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달 주4회 휴관을 결정한 어린이미술관 헬로우뮤지움은 지난 19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면 휴관하고, 다음달 새 전시 개막도 취소했다. 헬로우뮤지움 관계자는 “축소운영 및 임시 휴관 등의 이유로 전년 동기간(2019년 1∼2월) 5500명에 이르던 관람객이 올해 2300명으로 대폭 감소하는 등 정상운영에 불가피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영리로 운영되는 미술관인 만큼 정부 지원 및 기업 지원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방송가에선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KBS1 ‘전국노래자랑’이 녹화를 잠정 연기했다. 대신 다음 달 1일부터 3주간 해외편 등을 재구성해 스페셜 방송을 내보낸다. 지난 20일 시청률 30.4%를 찍으며 마의 30% 벽을 뚫은 TV조선 트로트 경연 예능 ‘미스터트롯’은 24일 마지막 관문인 결승전 녹화를 취소했다. KBS2 ‘뮤직뱅크’나 SBS ‘인기가요’ 등 공개 방송 프로그램은 이미 방청객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극장가에는 유례없는 한파가 불고 있다. 지난 25일 극장을 찾은 사람은 7만6277명에 그쳤다. 전날 총 관객이 하루 사이에 21만2409명에서 7만7071명으로 급감한 뒤 이틀째 7만명대를 유지했다. 이에 배급사들은 신작 개봉을 줄줄이 늦추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도 시네마테크KOFA와 한국영화박물관, 영상도서관 휴관에 들어갔다.



박성준·강구열·권이선·박진영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