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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제] "삭막한 아파트지역에 박물관 짓는 건설사 없나요?"

작성자
헬로뮤지움
작성일
2010-04-30 12:37
조회
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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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아파트지역에 박물관 짓는 건설사 없나요?"


 


기사입력 2010-04-06 24:00:33  l  

[내가 으뜸] 김이삭 헬로우미술관 관장 : 한국 1호 어린이미술관 설립


 


“건설사가 주거단지를 조성할 때 어린이 편의시설을 확대ㆍ반영하는 건 어떨까? 업체가 기대하는 것 이상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노약자ㆍ여성 등 다양한 계층의 입맛에 맞춰야 하지만,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시설을 계획하면 다른 계층의 수요도 대부분 맞춰질 수 있다. 일부 건설사와 발주처가 최근 다양하게 노력하곤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주거단지에 어린이의 문화ㆍ예술적 인성 토대를 마련할 작은 규모의 어린이용 전시관쯤은 있어야 한다.”

한국 어린이미술관 1호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헬로우뮤지움(HELLO MUSEUM) 김이삭 관장(35)의 한마디 한마디는 시원시원했다. 단지 어린이미술관의 교육적 효과와 작품을 이해하는 요령 등을 물으려 했는데, 건설사업 전반에 대반 식견도 대단했다. 혹시나 해서 그의 이력사항을 간단히 물었다. ‘역시나’였다. 큐레이터 등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박물관 건설 등 다양한 시설사업 경력도 갖추고 있었다.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미국 조지워싱턴대(교육대학원)에서 박물관교육학 석사를 취득했다. 미국국립박물관과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무원 생활도 했고, 지역 박물관 설계작업에 다수 참여하기도 했다.

문화ㆍ예술이 넘치는 ‘도시 꾸미기’ 필수

그는 건설업계에 메시지를 주고 싶어 했다.

“무엇보다 주거ㆍ교육ㆍ상업 단지 건설과정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기본적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주거민의 정신적 안정성을 꾀할 때, 그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행 프로젝트(여성이 행복한 도시만들기 사업)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사소한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것만으로 시설환경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는 건설사들이 스스로 문화ㆍ예술적 도시 꾸미기에 대한 가치를 찾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ㆍ예술적 감성을 주거단지에 접목하는 것은 효용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그 도입범위가 매우 넓다. 도시 전체를 예술작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일부 전시공간 마련, 벽화 그리기, 동선 효율화 등 다양한 사업을 접목하는 방안을 시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설사가 크게 비용을 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초등학교 통학로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안정성과 미적 수준을 높인다거나 간결한 벽화, 도로 위 그림 그리기, 거리 예술작품 전시 등 간단한 아이디어만으로도 그 단지의 매력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조경만 아름답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큐레이터 교육을 받은 그가 어린이박물관을 개관하고 설립한 것도 그 사회적 가치가 가장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건설사도 그 같은 가치를 꼭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릴 적 문화ㆍ예술적 소양, 성공의 밑걸음

다시 어린이미술관으로 돌아가보자. 어린이미술관은 생소한데, 그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아이에게 다양한 것을 가르치고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심정이다. 여행을 통해 자연을 보여주는 것도 좋고, 좋은 책을 읽어주면서 문학적 소양을 일깨워주는 것도 가치가 있다. 여기에 더해 예술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감성적 발전은 기대 이상이다. 아이들이 예술작품을 재미있게 보고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을 알려주면 즐거운 기억을 평생 갖고 살아간다. 헬로우뮤지움을 다녀간 아이들 중에는 스스로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여럿 있다. 어린이는 우리 미래를 반영하는 만큼 이 같은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경쟁사회에서 긴장하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어릴 적 기초예술을 통한 행복한 기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어릴 적 문화ㆍ예술의 소양을 토대로 깊고 다양한 문화ㆍ예술적 즐거움을 느낀다면 성공지수도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공무원시절 ‘현실의 벽’ 높아…직접 개관으로

헬로우뮤지움은 국내에 최초로 선보인 어린이미술관이다. 그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최소한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곳이다. 그는 사실 큐레이터 공부를 시작할 때만 해도 미술관을 설립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는 1998년 9월께 미국서 박물관교육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국립박물관 등에서 전시ㆍ기획 등을 총괄하는 에듀케이터로 활동했었다. 교육 전담 학예사인 에듀케이터는 방문객이 작품을 이해하기 쉽도록 기획ㆍ전시ㆍ전달 기능까지 포함하는 전문직으로 큐레이터와 맥을 같이하는 직종이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을 앞둔 시점에서 입사 제의를 받고 관련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중앙박물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일은 편했지만, 에듀케이터로서 현실의 벽을 절감했다. 어린이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를 주도해야 하는 처지에서, 무조건 비용 줄이기에만 신경 써야 할 경우가 많았다. 전시를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문화ㆍ예술적 소양을 기르기 어렵다. 오히려 작품을 더 어렵고 무겁게 느끼기 쉽다.”

그가 당시 경기도박물관 내 어린이박물관, 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어린이 특별전시, 창동 김종용미술관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박물관 설계에 자문으로 참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유학 때 배웠던 기법을 접목하거나 써먹을 수 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일부 어린이박물관에서는 동선 설계가 잘못돼 하루에 몇 명씩 화단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비용을 낮추면서 앞다퉈 어린이박물관을 개관하는 것만으로 의미를 찾으려는 일부 지자체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적당히 해결하는 방법만 찾고 있었다.

2003년 말 그는 미련없이 사표를 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지역 어린이박물관 전시ㆍ기획 등에 참여하며 어린이전용 박물관 설립작업에 들어갔다. 무용ㆍ연극ㆍ시간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상의해 뜻을 모았다. 3년여 만인 2007년 11월 지인을 통해 역삼동의 한 건물을 빌려 어린이박물관을 개관했다. 인근 강남지역은 물론 강북지역 유치원, 초등학교학생들, 지방에서도 그의 박물관을 찾아오는 등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홍대 인근의 한 카페 겸 술집에서는 싸움이 벌어진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그곳의 벽지는 도서관에 고풍스러운 책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디어들은 간단하다. 작은 변화가 큰 결실을 맺는다.”

그는 이 같은 의미를 아이들에게서 찾은 것이다. 어릴 때 아이들이 문화ㆍ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고 작품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경우 인생이 바뀐다고 믿는다. 그는 아이들의 정서ㆍ창의성 함양을 위해 다양한 소재를 접목한 전시와 에듀케이팅을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다.

글=박우병기자 mjver@ 사진=헬로우뮤지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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